성북청년시민모꼬지는 2020년 환대, 2021년 권리라는 주제를 통해 지금의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우리 주변의 지역 공동체가 청년들을 환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지지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2022년의 주제어인 ‘미래’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실망을 더 느끼는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접했던 많은 SF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도를 이미 지나쳤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우리가 보는 풍경은 그다지 과학적이지도 않고 창의적이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홍수와 가뭄 앞에 무력하고, 하루 24시간을 공평하게 살아갑니다. “이천이십이”라는 큰 숫자는, “지금이 2022년 맞음?” 같은 질문의 형태로, 지긋지긋한 구습들에 환멸을 느낄 때나 쓰입니다. 오히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란 과거보다, 현재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이 발견됩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기후재난 이후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 세대에게, 미래는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불안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세계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 개인의 미래계획을 묻는 사람들 앞에서도 말문이 자주 막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미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타인이 대신 적어주는 미래가 의미 없어진 지금, 이전까지의 예측과 픽션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기에,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려고 합니다. 절망적인 전망들을 모르는 척 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게으른 낙관이 아니라, 길 중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예측하고 준비할 때 생기는 성실한 낙관을 우리의 태도로 삼으려 합니다. 미래가 막막하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자유로움입니다. 이 막막함을 우리의 백지 삼아, 우리가 직접 우리의 미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자 합니다.
2022 성북청년시민모꼬지는 2022년 초여름부터 모인 기획단에 의해 기획되고 구성되었습니다. 기획단 멤버들은 한 명의 청년 당사자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동료들과 어떤 미래를 쓰고 싶은지 마음껏 상상했습니다. 그 상상은 때때로 비장하리만치 진지했고, 때로는 터무니없이 유쾌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우리의 육하원칙은 청년의 날과 성북이라는 배경을 만나 현실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북청년시민모꼬지는 미래는 왜, 언제, 어디서, 무엇과, 어떻게, 누구와 올 것인지 마음껏 토론하고, 그 토론의 가능성을 믿어주기 위한 일주일이 될 것입니다.
청년의 날에 펼쳐질 수많은 행사들이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축제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2년의 성북청년시민모꼬지를 기억할 때에, 청년세대의 미래를 위한 자리이자, 미래의 청년세대를 위한 자리였다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 일주일 동안, 우리 안에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힘이 있다는 걸 함께 발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미래가 우리를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함께, 미래를 만나러 갈 겁니다. 미래의 청년들을, 미래의 성북을, 미래의 우리를 만나러 갈 것입니다. 그러니 그 시작이 잔치처럼 흥겨울 것은 당연하겠지요. 잔치의 시작에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